[매일경제] 마이크로바이옴을 잡아라…유익미생물로 치료 (2018.02.04)

마이크로바이옴을 잡아라…유익미생물로 치료


막스플랑크연구소, 젊은쥐 대변 늙은쥐 장에 이식해 회춘 효과
유익 미생물 늘려 질병 치유…대변, 혈액만큼 `귀한 대접`
마이크로바이옴 지도 만들면 피부염·비만·당뇨·치매 등 다양한 질환 치료 활용 가능


- 매일경제, 2018.02.04 (원문보기) -




"젊고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 받으면 질병도 고치고 `회춘`도 할 수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지난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젊은 쥐의 혈액을 늙은 쥐에게 수혈하면 `회춘` 현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젊은 쥐 대변을 늙은 쥐 장에 이식했더니 똑같이 젊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늙은 쥐에게 이식한 젊은 쥐의 대변에 있는 미생물이 늙은 쥐 장내에 유익한 미생물을 늘려주면서 회춘 효과를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대변 이식은 최근 가장 빠르게 연구가 진행되는 분야로 전 세계적으로 시술이 확산되는 추세다.

현재 한국에서는 클로스트리듐디피실레(CD) 독성으로 설사, 발열, 혈변 등 증상을 보이는 장염 환자 치료에만 대변 이식을 할 수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훨씬 더 광범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을 활용해 만성질환과 면역질환은 물론 비만과 치매를 치료하는 것까지 연구되고 있다.


CD는 건강한 사람의 장 속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유익한 미생물 수가 적은 환자의 장 속에서는 문제를 일으킨다. 이때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환자의 장에 넣어 유익한 미생물 수를 늘려주면 병을 치료할 수 있는데 이때 힘을 발휘하는 게 바로 장내 미생물(휴먼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이다. 휴먼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 몸속에 공존하는 미생물의 유전 정보 전체를 말한다.


우리 몸속에는 다양한 미생물 약 39조개가 살고 있고 이중 95%는 대장을 포함한 소화기관에 존재한다. 전체 미생물 무게는 2㎏(체중의 1~3%)에 불과하지만 장 속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 유전자보다 150배 이상 많은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제2의 유전자, 제2의 장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처럼 무궁무진한 장내 미생물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혀내면 앞으로 크론병 등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염증성 장질환은 물론 아토피 피부염, 비만, 암, 당뇨, 뇌질환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장내 미생물이 바이어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정부가 매년 수천억 원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쏟아붓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투자 네트워크인 `JP모건 콘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장내 미생물 이식 연구를 면역항암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등과 같이 주요 연구개발 투자 대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주요 병원과 국책기관, 바이오 벤처와의 제휴 및 공동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유산균`으로 많이 알려진 프로바이오틱스시장 강자들이 대거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체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을 유지시켜줘 장내 기능을 향상시키는 살아 있는 미생물이다.


종근당바이오와 서울대학교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은 장내미생물은행(IMB) 설립과 공동연구를 위해 손을 잡았다. 일동제약은 천랩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연구소(ICM)를 설립하고 공동연구 중이다.


일동제약은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해 아토피·피부 주름·콜레스테롤을 개선하고 치매 예방 물질도 생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쎌바이오텍은 대장암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염증성 장질환(IBD) 및 대장암을 치료하는 단백질을 유산균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존 치료제 부작용을 완화시키고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줄일 방침이다.


바이오 벤처 중에서는 천랩이 독자적인 바이오인포매틱스 기술을 토대로 일반인들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해 건강관리 및 질병 모니터링 등 헬스케어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천종식 천랩 대표는 "타고난 것을 바꿀 수 없는 유전체와 달리 마이크로바이옴은 생활습관, 식이습관, 운동 등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어 지속적인 분석과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며 "한국인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데 진단제품과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치료제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마이크로비옴센터에서 스핀오프한 고바이오랩은 연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혁신적인 유산균 건강기능식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장내 미생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업계는 수년 내에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개인맞춤형 의료가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혈액형을 알고 있는 것처럼 유전체 지도와 마이크로바이옴 지도를 갖게 되면 장내 미생물 환경에 걸맞은 맞춤형 의료가 가능해지게 된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망가진 장내 미생물 환경을 정상으로 복원하는 연구가 진행되면 질병 예방과 진단·치료에 활용할 수 있고 혁신적인 신약 후보물질도 많이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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